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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왜 어떤 집단은 구성원을 합친 것보다 커지는데, 어떤 집단은 합친 것보다 작아지는 걸까?

마른땅
2018.06.21 10:45 2,96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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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집단은 구성원을 합친 것보다 커지는데, 어떤 집단은 합친 것보다 작아지는 걸까?


노키아의 최고경영자인 피터 스킬먼(Peter Skillman)은 이 비밀을 밝혀보려고 나섰다.

그는 경영대학원생부터 변호사, 공학자, 디자이너, 건축가, 유치원생까지 다양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 문제를 냈다.

다음의 소품을 이용해 바닥에 세웠을 때 가장 높은 탑을 쌓는 미션이었다.


-조리하지 않은 스파게티 20봉지

-투명 테이프 1미터

-노끈 1미터

-일정한 사이즈의 마시멜로


단, 규칙 하나를 지켜야 했다. 마시멜로를 탑 꼭대기에 올리는 것이었다.


실험 자체보다도 참가자들의 행동이 훨씬 흥미로웠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경영대학원생으로 이루어진 팀과 유치원생으로 이루어진 팀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경영대학원생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전략적으로 사고했다.

소품을 살피며 아이디어를 나누고, 오랜 고민 끝에 난해한 질문을 던졌다. 

그들은 몇 가지 안을 마련한 다음 가장 가능성 높은 아이디어를 다듬었다.

아주 전문적이고 합리적이며 지적인 과정이었다.

하나의 전략을 세운 그들은 역할을 나눠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유치원 아이들은 접근 방식이 달랐다.

아이들은 전략을 세우지 않았다.

분석을 하거나 경험을 나누지도 않았다. 질문하지도, 방안을 제시하지도, 아이디어를 다듬지도 않았다.

아이들은 거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고 서로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게 전부였다.

소통은 서투르고 매끄럽지 못했다. 아이들 모두 재료를 확 움켜쥔 다음 무작정 쌓기 시작했다.

아무런 계획도, 전략도 없었다.

간혹 짧은 단어만이 터져 나올 뿐이었다.


"여기야!"

"아니야, 여기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아이들의 기술은 자질구레한 방법을 한꺼번에 시도하는 것에 불과했다.


어느 팀이 이길지 내기를 한다면 누구나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지력, 기술, 경험을 갖춘 경영대학원생들이 당연히 더 잘 해낼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집단의 성과를 가늠하는 일반적인 상식이다.

마치 2 더하기 2는 4가 되는 것처럼, 우리는 역량이 뛰어난 개인들이 모이면 연마된 기술을 더욱 잘 결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당신은 내기에서 지고 만다.


같은 실험을 수없이 반복한 결과

유치원 아이들은 평균 약 66센티미터 높이의 탑을 쌓았다. 이는 변호사 팀에서 쌓은 탑의 1.5배, 

심지어 경영대학원 학생들이 쌓은 탑보다 3배나 높은 결과였다.


많은 사람들은 의외의 결과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지적인 데다 경험이 풍부하고 숙련된 경영대학원생이 

서투르고 미숙한 유치원생보다 못한 결과물을 낼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이처럼 현실과 다른 예측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생에서 겪는 많은 착각들과 마친가지로, 본능적으로 틀린 것들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 즉 사람과 그 사람이 갖춘 기술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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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 경영대학원생들은 서로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지위 관리(status management)에 매진할 뿐이다.

그들은 큰 그림 속에서 자신의 역할과 자리를 찾는다. 

'책임을 맡을 사람이 누구지?',  '저 사람의 아이디어를 비난해도 괜찮을까?'

'어떤 규칙을 따라야하지?' 같은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다.


뿐만 아니라 원만히 소통이 이뤄지는 듯한 겉모습과 달리,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행동은 비효율적이고 망설임과 비생산적인 경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대신 앞다퉈 불확실성을 찾아 헤매고, 자신의 지위를 지키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다 보니

정작 문제의 본질을 놓치기도 한다.(마시멜로는 생각보다 무겁고, 스파게티는 모양을 유지하기 어렵다.)

결국 첫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시간에 쫓기게 된다.


반면, 유치원 아이들의 행동은 체계가 없는 것 같지만

단일한 독립체로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행동한다.


그들은 지위를 두고 다투지 않는다. 아이들은 어깨를 맞대고 힘을 내 일한다.

재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이며 문제가 생기면 도우려고 나선다.

그렇게 아이들은 실험 내내 위험을 감수하고 결과를 관찰하며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나간다.


유치원 아이들은 똑똑해서 이기는 게 아니다.

그들이 이기는 이유는 더 영리하게 협동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을 사용한다.

한데 모인 평범한 사람들이 아이들과 같은 방법을 쓴다면, 그들의 능력을 단순히 합한 것보다 더욱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 ...


문화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전진하는 살아 숨 쉬는 일련의 관계이다.

그것은 당신을 구성하는 것이 아닌,

당신이 실행하는 것이다.



대니얼 코일,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pp. 8~13. 에서 인용.


The Culture Code : The Secrets of Highly Successful Groups(Daniel Co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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